음청류는 술 이외의 모든 기호성 음료를 말하는 것이다. 달고 시원한 물에 여러 가지 한약재, 꽃, 과일, 열매 등을 달이거나 꿀에 재워 두었다가 먹었는데 병을 예방할 수도 있다. 그리고 더위와 추위를 이기는 여러 가지 음청류가 발달하였다. 음청류의 종류 및 특성에 대해 알아보자.
문헌에 수록된 여러 가지 음청류를 종류별로 분류하면 대용차, 탕, 장, 갈수, 숙수, 화채, 식혜, 수정과, 미수, 수단, 밀수 등으로 나뉜다. 재료로 분류해 보면 향약재, 꽃, 열매, 잎, 뿌리, 곡물로 나뉘는데 대부분이 비교적 쉽게 얻을 수 있는 것들이다.
1) 대용차
차나무의 잎이 아닌 다른 재료를 써서 음료를 만들었을 경우에는 대용차라 부른다. 대용차는 삼국시대에 이미 음료로 이용되었으나 차가 쇠퇴하기 시작한 조선 중엽 이후에 성행하기 시작하였다. 각종 약재, 과일, 곡류 등의 재료들을 가루내거나 말려서 또는 얇게 썰어서 꿀이나 설탕에 재웠다가 끓는 물에 타거나 직접 물에 넣어서 끓여 마시는 것으로 차라고 이름 붙여 분류하였다.
① 약재를 이용한 차
증보산림경제에 수록된 차로는 강죽, 당귀차, 산사자, 오매차, 자소차, 형개차 등이 있으며 그 외에도 계지차, 두충차, 대추차, 소엽차, 생강차, 오과차, 오미자차, 인삼차, 칡차 등이 있다.
② 잎을 이용한 차
연한 잎을 채취하여 건조 시킨 후 뜨거운 물에 우려 마시는 것으로 감잎차, 뽕잎차, 솔잎차, 쑥차, 연차 등이 있다.
③ 꽃을 이용한 차
꽃잎을 뜨거운 물에 우려 꿀과 설탕을 가미한 차로 규합총서에 수록된 국화차, 매화차가 있으며 대부분의 꽃차들이 속한다.
④ 곡류를 이용한 차
찹쌀, 율무, 보리, 옥수수 등을 볶거나 낱알 그대로 끓여서 차로 마신다. 증보산림경제에 수록된 녹두차, 율무차 등이 있다.
⑤ 열매를 이용한 차
과육이나 과피를 꿀이나 설탕에 재어 청을 만들어 두고 차를 만들거나 끓는 물에 넣고 맛이 우러나도록 달이는 차로 규합총서에 수록된 매실차, 포도차가 있으며 모과차, 석류피차, 유자차 등이 있다.
2) 탕(湯)
꽃이나 과일 말린 것을 물에 담그거나 끓여 마시는 것과, 한약재를 가루 내어 끓이거나 오랫동안 졸였다가 고를 만들어 저장해 주고 타서 마시는 음료로 제호탕, 습조탕, 행락탕, 회향탕 등이 있다. 그중 조선시대에는 더위를 이기는 가장 으뜸의
음료로 제호탕을 꼽았다. 제호탕은 오매육 · 초과 · 축사 · 백단향 등 위를 튼튼하게 하고 장의 기능을 조절하여 설사를 그치게 하는 효능이 있는 약재를 가루 내어 꿀에 섞어 달여 냉수에 타서 먹는 음료이다.
조선시대 궁중의 내의원에서는 단오날에 제호탕을 마련하여 임금께 진상하고, 임금은 조정의 중신에게 하사하여 주는
풍속이 있었다.
3) 장(漿)
장은 곡물의 젖산발효 음료로서 중국의 예기나 주례에는 음료수의 한 종류로 소개되어 있는데 곡물을 발효시켜 만든 산미음료이다. 또 다른 장이 있는데 이는 향약, 과실, 외무리 등을 꿀, 설탕, 녹말을 풀은 물에 침지하여 숙성시켜서 약간 신맛이 나도록 하여 물을 마신다. 또는 향약재나 과일 등을 꿀이나 설탕을 넣고 졸인 것을 물에 타서 마시는 것으로, 여지장, 모과장, 유자장, 매장과 규합총서에 수록된 계장, 귀계장 등이 있다.
4) 갈수(水)
농축된 과일 중에 한약재 가루를 섞어 달이거나 한약재에 누룩 등을 넣어 꿀과 함께 달여서 마시는 음료로 임원십육지외에 조선조 문헌에는 거의 기록되지 않은 것으로 보아 우리나라에서는 많이 사용하지 않은 것 같다. 그 종류로는 오미갈수, 모과갈수, 포도갈수, 임금갈수, 향당갈수, 어방갈수 등이 있다.
5) 숙수(熟 手)
향약초만을 사용하여 백비탕에 넣어 밀봉하여 두고 감미료는 전혀 사용하지 않는 향기 위주의 음료이다. 서유거는 옹회잡지의 기록을 보면 숙수란 향약초를 달여서 만든 것으로 송나라 사람이 가장 즐겨 마시는 것이다. 인종 때 한림원에 명하여 가장 좋은 탕음을 만들라 하여 한림원에서는 자소숙수를 만들었다고 한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는 가마솥에 밥을 지은 뒤 바닥에 밥을 눌게 하여 물을 부어 끓인 숭늉을 숙수라 하였는데 이름은 같으나 실물은 다르다고 하였다. 이것으로 보아 숙수는 향약음료이나 조선시대에는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숙수를 숭늉이라 하였음을 알 수 있다. 향약을 이용한 숙수로는 자소숙수, 침향숙수, 두구숙수, 율추숙수 등이 있다.
6) 화채(꽃)
화채는 오미자국물이나 꿀물, 과즙 등 기본이 되는 국물에 제철 과일을 저며서 띄우거나 꽃잎, 면, 보리, 떡 등을 띄우는 전통적인 우리의 음료로 얼음을 몇 조각 넣으면 더위를 식히기도 하고 운치도 있다.
① 오미자를 이용한 화채
오미자는 다섯 가지 맛을 가진 열매로 고유한 붉은색과 산뜻한 신맛이 있어 그 색과 맛을 우려낸 즙액은 청량음료로서 적당하다. 동의보감에는 오미자를 열매의 껍질과 살은 달고 시며 씨의 속맛은 맵고 쓰고 전체로는 짠맛이 있어 이렇게 다섯 가지 맛을 모두 구비하고 있기 때문에 오미자라고 이름을 붙인 것이다.
이 다섯 가지 맛은 각각 다르게 몸에 작용을 하는데 시고 짠맛은 간을 보호하고 맵고 쓴맛은 폐를 보호하고 단맛은 자궁에 좋다고 설명하고 있다. 오미자를 이용한 화채에는 진달래화채, 착면, 순채화채, 보리수단, 배화채 등이 있다.
② 꿀이나 설탕을 이용한 화채
우리나라는 예부터 꿀물을 이용한 청량음료를 많이 이용하였다. 자연산 봉밀과 함께 양봉밀의 시작은 정확히 알기 어려우나 일본 서기에 백제의 왕자가 양봉기술을 가르쳐 주었다는 기록으로 보아 삼국시대에 이미 양봉으로 꿀을 얻었음을 추측할 수 있다.
빛깔이 검은 꿀은 주로 약물로 쓰이며 음료에는 흰 꿀이 쓰인다. 화채에 사용하는 꿀은 아카시아꿀, 유채꿀 등이 좋다. 설탕은 처음 유입된 시기는 정확지 않으나 고려시대로 볼 수 있다. 대각국사(1051~1101)의 제자가 사탕을 좋아했다 하여 고려 초부터 있었음을 알게 한다. 조선 후기에는 꿀의 대용으로 설탕의 사용이 빈번해짐을 알 수 있다. 꿀물이나 설탕물을 이용한 화재로는 앵두화채, 산딸기화채, 복숭아화채, 유자화채 등이 있다.
③ 과일즙을 이용한 화채
과일의 즙을 짜서 꿀이나 설탕, 물을 합하여 국물을 만들고, 계절과일을 조각내어 띄운 것으로 그 종류로는 앵두화채, 수박화채, 포도화채, 밀감화채, 딸기화채 등이 있다.
7) 식혜
엿기름가루를 우려낸 물에 밥을 담가 일정시간 삭혀서 단맛이 많고 신맛이 약간 있는 우리나라 고유의 음료이다. 식혜의 맛은 엿기름가루에 달려 있다. 시의전서에 나오는 엿기름 기르는 법을 보면 겉보리를 절구에 살살 찧어 까불어 물에 담갔다가 건져서 동이에 담가 콩나물 싹 튀듯 한다. 물을 쳐서 까불러 가며 싹트거든 물에 씻어 시루에 안치고 물을 준다. 하루 걸러씩 물에 씻어 안쳐 기른다. 싹튼 보리가 제 몸길이만큼씩만 나면 반쯤 마르면 손으로 자란 싹을 비벼 까불러서 아주 바싹 말려두고 쓴다고 되어 있다.
식혜는 보통 단술, 또는 감주라고 부르나 삭히고 난 후 밥알은 건져 물에 헹구고 국물은 한번 끓여 식혀서 밥알을 띄워먹는 것을 식혜라 하고 삭히고 난 후 밥과 국물을 같이 끓여서 밥알은 건져내고 국물만 먹는 것을 감주라고 구별하기도 한다. 그런데 시의전서에서는 곡물과 엿기름으로 감주를 만들고 여기에 유자를 섞어 산미를 더한 것을 식혜라 하였다. 식혜에는 연엽식혜, 안동식혜 등이 있다.
8) 수정과(水正果)
생강, 계피, 후추 끓인 물을 바탕으로 하여, 여기에 곶감을 건지로 띄우는 수정과는 생강을 끓인 물을 이용하는 대표적 음료이다. 영조 41년(1765년) 수작의궤라는 궁중연회의 식단에 문헌상 처음으로 수정과가 나타났다. 순조27년(1827년)의 진작의궤에 수정과 재료, 분량이 기록되어 있다.
이때에는 물에다 백청만 타서 실백자를 띄우고 수정과라 했으며, 오늘날과 같은 곶감과 생강을 넣은 수정과는 1868년부터 시작되었다고 한다. 종류로는 곶감수정과, 배수정과(배숙), 향설고(상설고) 등이 있다.
9) 밀수(水)
재료를 꿀물에 타거나 띄워서 마시는 것으로, 여러 곡물을 각각 볶아서 가루 내어 미숫가루를 만들어 물에 타 마시는 미수도 밀수의 한 종류이다. 밀수에는 송화밀수, 떡수단, 보리수단, 원소병, 옥수수수단 등이 있다.
음청류의 종류 및 특성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