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우리가 주로 마시는 음청류로는 식혜, 수정과, 인삼차, 대추차, 유자차, 모과차 등이 있다. 이는 가정에서 만들어 먹기도 하지만 주로 시판하는 것을 먹는 경우가 늘고 있다. 오랜 시간 전통으로 전해져 내려오는 음청류의 역사와 다양한 종류에 대해 알아보자.
식혜의 유래
엿기름물에 멥쌀이나 찹쌀로 지은 밥을 넣어 삭혀 단맛을 나게 만든 식혜는 식해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원형은 생선, 곡물, 소금, 향신료로 이루어진 발효식품이었다. 상하기 쉬운 생선을 오래 두고 먹기 위한 방법으로 말려 먹는 건어가 있고 소금에 절여 먹는 염어가 있습니다. 그리고 삭혀서 먹는 지어가 있다. 바로 삭혀 먹는 지어가 식해인 것이다.
김치가 채소의 발효음식이라면 이러한 식해는 생선의 발효음식인 것이다. 1700년대의 음식을 적은 우리나라 문헌에 보면
생선 식해와 동물 식해에 관한 기록들이 주로 나오는데 1740년대의 수문사설에 처음으로 감주, 식혜에 대한 기록이 나오고 있다.
따라서 조선시대는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전통음식이 정착되어 가는 시기로 주식, 찬물류, 장과 초 같은 주부식 외에도 병과류와 전통음료 같은 기호품의 조리가공 기술이 크게 발전된 시기라고 볼 수 있다. 화채(꽃)가 처음 기록되어 있는 조리서는 1849년의 동국세시기이다.
1896년 연세대규곤요람에는 복숭아화채, 앵도화채가 있었다. 그리고 1800년대 말엽 시의전서에서는 배화채, 복분자화채, 복숭아화채, 순채화채, 앵도화채, 장미화채, 진달래화채 등이 기록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조선시대에 차가 쇠퇴되면서 화채가 발달된 것으로 생각된다. 문헌에 기록된 화채 종류는 30여 가지에 이른다.
화채의 유래
붉은색의 오미자 물을 이용한 화채는 진달래화채, 오미자화채, 가련화채, 창면, 보리수단, 배화채 등이 있다. 그리고 꿀물을 이용한 화채로는 원소병, 떡수단, 보리수단 등이 있다. 이들 화채는 복숭아, 유자, 앵두, 수박 등 제철의 과일을 꿀이나 설탕에 재웠다가 꿀물에 띄워 만든다.
이로써 우리 조상들은 음료를 만드는 데도 자연의 변화에 맞게 계절적 감각을 반영할 줄 알았다는 것을 엿볼 수 있다.
사계절 중 가장 먼저 봄소식을 전해주는 매화와 더불어 진달래꽃을 따다 오미자국물에 띄운 화채를 마시는 것으로써 봄기운을 보다 가까이서 즐길 줄 알았다. 초여름에는 화사한 장미와 연꽃을 비롯하여 가장 먼저 수확하는 열매인 앵두를 이용한 화채로 더워지는 여름날씨와 건강에 대비하였다.
가을에는 배, 유자 등 과실을 이용한 화채로서 자연에서 얻어지는 결실을 맛에 담음으로써 또한 다가올 겨울에 대비하였다. 겨울이 되어 추워지면 식혜와 수정과 등 그동안 갈무리해 온 곡류를 비롯 꽃, 잎, 열매, 과실을 이용하여 신체의 기운을 북돋고 입맛에 변화를 줄 줄도 알았다.
수정과의 유래
수정과는 일본이나 중국의 사전에서도 찾아 볼 수 없는 우리나라 특유의 음청류이다. 생강, 계피, 후추 끓인 물을 바탕으로 하여 여기에 곶감을 건지로 띄우는 수정과는 생강을 끓인 물을 이용하는 대표적 음료이다. 수정과는 방신영의 1913년 조선요리제법 이후의 조리서에 고루 기록되어 있고 식혜와 함께 대표적 전통 음료로 뿌리내려 왔다.
홍석모의 1849년 동국세시기에 보면 곶감 삶은 물에 새앙, 잣을 함께 한 음료로 겨울철의 시절 음식이라고 하여 수정과를 동짓달의 시식으로 들어 놓았다.
밀수의 유래
밀수는 재료를 꿀물에 타거나 띄워서 마시는 것으로 소나무의 꽃가루인 송화를 꿀물에 타서 만든 송화밀수를 비롯하여 찹쌀, 멥쌀, 보리, 율무, 검정콩, 검은깨 등 여러 곡물을 각각 볶아서 가루를 내어 미숫가루를 만들어 물에 타서 마시는 미수가 있다. 미숫가루를 시원한 물에 타서 마시면 시원할 뿐 만 아니라 요기도 되었다.
1800년대 말엽 시의전서에 각종 화채 외에 수단, 보리수단, 식혜, 감주, 수정과, 배숙, 밀수 타는 법, 난면, 시면, 창면 등이 소개되어 있다. 또한 1610년 허균의 동의보감에서도 향약성 음료들이 발달되었음을 볼 수 있다. 우리 조상들은 산과 들 심지어는 강과 바다에서 나는 약재들을 적절히 활용하여 음료에 혼합해서 정신적, 신체적 건강을 도모하는 지혜로움을 보였다.
약식동원이요. 식즉약의 식습관이 전통음료에도 그대로 반영된 것이다. 이러한 약이성 건강음료들은 맛과 영양이 뛰어날 뿐 아니라 순수한 자연식품이어서 단지 기호성에 그치는 콜라나 사이다 등의 서양의 탄산음료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것이 특징이다.
탕의 유래
탕은 꽃이나 과일 말린 것을 물에 끓여 마시는 것과 한약재를 가루 내어 끓이거나 오랫동안 졸였다가 고를 만들어 저장해 두고 타서 마시는 음료로 제호탕, 봉수탕, 오미탕, 자소탕, 회향탕, 경소탕 등이 있다.
조선 시대에 더위를 이기는 가장 으뜸의 음료로 제호탕을 꼽았다. 제호탕은 오매육, 초과, 축사, 백단향 등 위를 튼튼하게 하고 장의 기능을 조절하여 설사를 그치게 하는 효능이 있는 약재를 가루 낸다. 그리고 꿀에 섞어 달여 냉수에 타서 먹는 음료이다. 조선시대 궁중의 내의원에서는 단오날 이 제호탕을 마련하여 임금께 진상하고 임금은 조정의 중신에게 하사하여 주는 풍속이 있었다.
장의 유래
장은 향약, 과일, 채소, 외무리 등을 꿀, 설탕, 녹말을 풀은 물에 침지하여 숙성시켜서 약간 신맛이 나도록 하여 물을 마시거나 향약재나 과일 등 을 꿀이나 설탕을 넣고 졸인 것을 물에 타서 먹었다. 계장, 여지장,모과장, 유자장, 매장, 산장, 은장, 재장 등이 있다.
갈수와 숙수의 유래
갈수는 농축된 과일 중에 한약재 가루를 섞어 달이거나 한약재에 누룩 등을 넣어 꿀과 함께 달여서 마시는 전통음료의 한 형태이다. 오미갈수, 임금갈수, 포도갈수, 모과갈수 등이 있다. 숙수는 한약재 가루와 꿀이나 물을 넣고 달여 만든 것과 꽃이나 차조기잎을 끓는 물에 넣고 그 향기를 우려내어 차갑게 식힌 향약음료이다. 자소숙수, 두구숙수, 정향숙수, 율추숙수 등이 있다.
그러나 시대가 변하면서 조선시대부터는 무쇠솥에 밥을 지은 뒤 바닥에 밥을 눌려 물을 부어 끓인 숭늉을 숙수라고 하였는데 원래의 숙수와는 이름만 같았지 실물은 달랐다.
오늘날에 와서는 현대인들이 즐겨 마시는 전통차로 생강차가 가장 인기가 있다. 인삼차, 유자차, 모과차 등을 그 다음으로 선호하며 쌍화차, 구기자차, 감귤차, 오미자차, 계피차 등도 즐겨 마시 있는 차의 종류들이다. 이로써 우리의 전통음료는 모두 자연에서 산출된 자연물을 이용함으로써 사계절의 변화가 고스란히 담겨 맛으로 표출되고 있다. 지극히 자연스러운 맛과 멋을 즐겼던 조상들의 낭만과 풍류 그리고 정성이 깃들여 있는 고유한 음식이라고 할 수 있다.
음청류의 역사와 다양한 종류에 대해 살펴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