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식은 볶은 곡식의 가루나 송화가루를 꿀로 반죽하여 뭉쳐서 다식판에 넣고 갖가지 문양이 나오게 박아 낸 유밀과이다. 만드는 재료가 다양하고 나무로 만든 다식판에 찍혀서 나오는 다식의 문양 또한 아름답다. 그 맛이 궁금한 다식의 유래와 종류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자.
다식 시초 및 유래
옛 기록에 따르면 채군모가 묘한 것을 생각해 내어 차떡을 만들어서 조정에 바쳤는데 이것이 풍속이 되었다고 한다. 복건성 건주에서 나는 용단차를 정채라고 하기도 한다. 그리하여 차로 만든 떡이라는 데서 다식이라는 명칭이 생겼을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찻가루에 물을 조금 부어서 뭉친 것이 다식의 시초가 아닌가 생각된다.
1763년 성호사설에 의하면 다식은 宋朝의 대소용단이 변한 것이며 국가의 제천에 쓰였다고 한다. 본래에는 제사에 점다를 쓰던 것으로부터 시작된 것이다. 1285년 삼국유사에 의하면 삼국시대에 찻잎가루로 다식을 만들어 제사상에 올린데서부터 시작되었다고 한다. 1670년 음식지미방의 기록에 의하면 밀가루를 볶아서 꿀, 기름, 청주에 반죽하고 이것을 익힐 때 모래를 깐 기와장에 담아 기와장으로 뚜껑을 해서 익힌다고 하였다.
정약용이 지은 아언각비에서는 다식을 세상에서는 인단이라고 하였는데 밤, 참깨, 송화가루를 꿀과 반죽하여 다식판에 넣어 꽃잎, 물고기, 나비모양으로 박아 낸 것이라고 하였다. 다식은 단맛과 원재료의 고유한 맛이 잘 조화된 것이 특징이며 혼례상이나 회갑상, 제사상 등 의례상에는 반드시 등장하는 과자였다.
다식은 이미 신라, 고려시대에 성행하였던 차를 마시는 풍습과 함께 숭상되었던 과정류의 하나로 제향에는 반드시 쓰였다. 가례에 병단상으로 만들어진 차를 점다에 쓰던 풍습에서 비롯된 것이다. 점다를 가례에 쓰던 풍습이 변하여 그 형식만이 남고 실물은 바뀌어 다식을 만들어 쓰게 된 것이라 한다.
그러나 특기할 일은 1815년경의 규합총서에 황률식, 용안육다식, 흑임자다식, 녹말다식 만드는 법이 소개되어 있는데 이때 응집제로서 꿀과 설탕을 사용하였는데 이후 1958년에 발간된 우리나라 음식만드는 법을 보면 전치, 포육(암치), 광어 등의 동물성 식품을 사용하여 다식을 만들고 있다. 재료가 다양화된 것을 알 수 있으며 이들의 응집제로 참기름과 물을 사용하고 있고 후춧가루를 넣는 점도 특이하다.
다식의 종류
송화다식은 색이 곱고 향이 좋은 송화가루를 꿀이나 조청으로 반죽하여 다식판에 박아낸 것으로 밀가루와 볶은 찹쌀가루를 섞어 만들기도 한다. 흑임자다식은 흑임자를 볶아 가루로 찧어서 체로 친 다음 꿀로 반죽하여 절구에 넣고 오래 찧어 기름이 나와 윤기가 나면 다식판에 넣고 박아낸다.
콩다식은 푸른 콩가루나 노란 콩가루를 각각 꿀에 반죽하여 다식판에 박은 것으로 1913년 조선요리제법에도 소개되어 있다. 오미자다식과 녹말다식은 짙은색의 오미자물을 만들어 준비해둔 녹말가루와 꿀을 섞어 반죽한 뒤 다식판에 박아내면 분홍색의 아름다운 다식이 된다. 각각의 다식을 만들어 색을 맞추어 돌려내면 대단히 아름답다.
대개 제례상에는 송화다식, 쌀다식, 흑임자다식 등이 쓰이며 혼례의 큰상에는 노란 송화다식, 파란 콩다식, 누런 쌀다식, 까만 흑임자다식, 분홍빛 녹말다식을 섞어 괴면 화려하다. 다식의 종류는 참으로 많으나 궁중의 잔칫상에는 황률다식, 송화다식, 흑임자다식, 녹말다식, 강분식·계강다식, 청태다식, 신감초말다식 등이 쓰였다.
이외에 여러 고조리서에는 진말다식, 용안육다식, 잣다식, 산사다식, 갈분다식, 잡과다식, 산약식 등 다양하다. 용안육다식, 대구포다식, 새우다식, 파래다식은 용안육, 대구포, 새우, 파래를 바싹 말려 각각 가루 내어 고운 체로 쳐서 꿀로 꼭꼭 반죽해 다식판에 박아 낸다.
산사다식, 당귀다식, 인삼다식은 산사, 당귀, 인삼을 각각 가루로 곱게 빻아 체에 내려 꿀로 반죽하여 다식판에 박아낸다.
이색의 목은집에 팔관회 연이 끝나고 보내 준 다식을 받고 읊은 시구를 보면 좋은 음식은 역시 오늘날에도 옛 풍습대로 따른 것이다. 의관은 구습의 것에 중국풍이 겹쳐져 있다고 하였다. 전통을 이은 음식인 다식은 맛이 좋다고 하였으며 잘 씹어 먹어 보니 그 달고 좋은 맛이 잇몸과 혀에 스민다고 하여 다식의 훌륭한 맛을 표현하고 있다.
다식판은 모양새가 다양하고 정교하여 그 시기의 예술성을 엿볼 수 있는 하나의 도구로 이용되고 있으며 박달나무나 피나무에 조각한 것이 단단하고 무늬가 선명하다.
다식 만들 때 주의 사항
다식은 준비된 가루와 꿀을 섞어서 잘 뭉친 후에 다식판에 찍어내면 완성이 된다. 하지만 이때 주의해야 할 사항이 있다.
다식을 만들 때 사용되는 꿀은 흰색의 꿀을 넣어야 한다. 그래야 주 재료 그대로의 맛과 향기를 살릴 수 있고 색도 재색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송화다식을 만들 때는 다식판을 깨끗하게 하여 노란색이 잘 나오도록 하여야 한다.
꿀은 각 재료에 따라 수분을 지닌 정도가 다르기 때문에 가루에 조금씩 꿀을 넣어가며 어우러지는 정도에 따라 추가해가며 반죽해야 한다.
다식판에 새기는 글씨나 문양은 수복강녕 등 인간의 복을 비는 글귀가 새겨져 있다. 그리고 꽃, 짐승, 수레바퀴, 완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문양이 있다.
다식을 만들었을 때 가장 어려운 가루는 송화가루였다. 노랗고 고운 송화가루에 꿀을 섞어서 다식판에 찍어냈을 때 온전히 그 모양대로 찍어 나오지 않고 송화가루가 다식판에 일부 남아있는 경우가 많았다. 무엇보다 정성이 요구되는 다식은 차와 즐기기에 좋고 전통의 멋을 느낄 수 있는 음식 중 하나였다.
다식의 유래와 종류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았다.